4월 총선을 90여 일 앞두고 있음에도 선거제도 개편과 선거구 획정에 대해 여야는 급할 게 없다는 태도다.

그간 협상채널을 가동해 왔지만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문제에만 합의했을 뿐 나머지는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올해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상황과 관련해 선거구 획정 기한을 현행 선거일 전 1년에서 선거일 전 6개월로 현실화하자고 제안했다.

총선 선거제도를 먼저 정한 뒤에 선거구를 획정하고 선거구 획정 기한은 선거 6개월 전으로 늦추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책임이 거대 양당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의회 수장인 김 의장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선거제도 협상과 선거구 획정이 마냥 지연되는 상황이면 김 의장이 적극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했다.

선거구 획정의 경우 시·도별 의석수로 보면 서울과 전북의 의석수가 한자리씩 줄고, 인천과 경기는 한자리씩 늘었다. 의석수만큼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선거구가 어떻게 조정됐는지다.

전남의 경우 순천시가 인구수 증가로 분구가 불가피해지자 다른 지역에서 1석을 줄이기 위해 선거구가 연쇄적으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기존 영암·무안·신안 지역구가 해체됐다. 강원은 구역을 조정하면서 또다시 공룡선거구가 등장했다.

경제·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가진 지역을 인구수로만 따져 해체하거나 이질적인 지역을 하나로 묶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선거구 획정에 농촌과 같은 인구 과소지역에 대한 배려가 분명히 필요하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최소 선거구를 할당하는 방안이 있다. 권역별로 최소한의 정치적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취지에서다.

물론 수도권 지역의 반발을 낳을 수 있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선거구 획정 주기를 현행 4년에서 10년정도로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외국의 경우 지역균열이 심각해 선거구 획정을 20년 이상 유예하기도 했다. 또 강원처럼 공룡선거구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일 선거구에 포함되는 행정구역수 혹은 단위면적을 제한하도록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때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줄이는 데만 골몰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5년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가 4대1을 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후 2014년에는 인구 편차를 3대1에서 2대1로 바꾸라는 입법 기준을 제시했다.

1표의 가치를 평등하게 맞추는 데만 집중한 사이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농촌지역의 대표성은 빠르게 약화했다.

그래서 김의장의 최근 발언은 올해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 작업이 늦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제안한 내용들은 여야가 논의해볼만 한 것은 지역 선거구 획정 기간 규정의 경우 선거일 전 6개월로 줄여도 큰 부작용의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1년 전 규정이 선거일과는 거리감이 있는 까닭에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획정 기한을 넘겨도 아무런 불이익이 따르지 않는다.

그런 현실이면 반으로 줄이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선거제도 확정과 관련해 기한 규정을 두는 문제도 일리가 있다 할 수 있다. 새로 개편하지 않는다면 그만이지만 개편할 경우 선거구 획정 기한보다 앞서 확정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구 획정 기한을 6개월 전으로 한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꿀지 의문인 것이다. 선거제도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여겨진다. 선거구 획정전 기한 전으로 못박는 명문 규정을 둔다 해도 당리당략이 첨예하게 부딪치다 보면 갈 때까지 가게 된다.

지역 인구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정주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인데 지역구 의석수마저 줄면 지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인구수가 적다는 이유로 정치적 대표성마저 약화되면 이는 지역소멸을 더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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