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JC 제45대 중앙회장: 홍성태
고려 의종 때 한 청년(이규보)이 과거에 응시했으나 계속 낙방을 했다. 당시 과거시험에는 고관대작·부자의 아들이어야 과거에 합격할 수 있다는 괴이한 소문이 자자했다.

과거에 계속 낙방한 이규보는 집안에서 글만 읽으며 세월을 보내면서 자기 집 대문에 ‘유아무와(㫿我無蛙) 인생지한(人生之恨)’이라는 문패를 걸었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것이 인생의 한이다’라는 뜻이다. 이규보가 자기 집 문패로 그 문구를 내건 사연에는-옛날에 노래 잘 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았는데, 까마귀가 누가 노래를 잘 하는지 꾀꼬리에게 시합을 제의하여 백로(白鷺)에게 심판을 부탁했다.
그런데 까마귀는 꾀꼬리 모르게 개구리를 좋아하는 백로에게 (뇌물로)개구리를 잡아 주며 자기가 승리하도록 청탁을 하여 승리했다. 꾀꼬리는 한동안 패배한 이유를 모르고 있다가 백로를 찾아가 간절히 자신의 패배 이유에 대해 알아보니 노래시합 때 까마귀가 백로에게 미리 개구리를 뇌물로 쓴 사실을 알고 매우 실망을 했고, 꾀꼬리는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唯我無蛙 人生之恨)”라고 했다-매우 큰 의미가 담겨있다. 과거에 계속 낙방한 이규보가 자기 문패로 그걸 걸어놓은 것이 과거 비리를 비유한 이유였다.

그 무렵 고려 의종은 민생탐방 차 잠행(潛行)을 나가 우연히 이규보 집 그 문패를 보았다. 문패 내용을 이상하게 여긴 의종이 동네 주막에서 사연을 알아본 후 다시 이규보집에 와서 하루 밤을 묵어 갈 기회를 얻었다.
밤이 깊어 이규보 글 읽은 소리에 잠이 오지 않은 의종은 이규보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규보의 훌륭한 인품과 높은 학식을 알아차리고 (왕의 신분을 숨긴 체)거짓말을 했다. (의종)본인도 과거에 계속 낙방한 신세인데 곧 개경에서 임시과거가 있다하여 가는 중이니 이규보에게도 과거를 보라고 했다. 그리고 의종은 왕궁으로 돌아와 임시과거 시행을 명하였다.

과거 날 과거시제(문제)가 바로 ‘유아무아(唯我無蛙) 인생지한(人生之恨)’이었고, 과거시험에 응시한 이규보는 깜짝 놀라 (알아차리고)임금을 향해 큰 절을 한 후 답을 써 제출하니 장원급제를 하여 고려시대 큰 인물이 되었다.

‘와이로(蛙利鷺)’라는 말이 그런 의미로 부정한 청탁을 대신하는 용어가 되었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와이로’를 일본말로 오해를 하고 있다.

최근 조국사건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상으로 대한민국을 멍들게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당사자와 권력핵심의 부패비리만 정리하면 되는 큰 사건이었지만, 조국사건은 현 대학입시 제도가 국가 미래를 통째로 흔드는 심각한 불공정 국가제도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부패한 국가제도의 대표 현상’이라는데 더 큰 충격이다.

오늘날 한국은 사업상 부정한 이권을 탐하거나 공직사회 부정비리보다 더 심각하게 국가 미래 인재를 키우고 선발하는 대학 입시제도에 편법과 탈법 객관적 측정도 불가능한 야릇한 조건의 수시모집으로 기득권층과 부유층 자녀를 입학시키면서 학력고사의 정시모집은 30%도 선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수 십 년간 변화무쌍한 입시 제도를 실시하여 인재선발 육성에 원칙도 경우도 없었다.

돌이켜 보면 성적선발 입시 시험제도를 바꿀 때 내건 명분이 전인교육의 부재 개선과 (과외수업의)고비용 교육제도 타파였다. 여기에 찬동한 교육계통 단체와 관계자 및 정치세력에게 묻겠다. 작금의 입시제도로 전인교육이 완성되었고, 고비용 교육제도가 혁신되었는가? 오히려 사회적 흉악범과 파렴치 반인륜적 범죄가 더 많아졌고, 기득권층과 부유층 자녀에게 유리한 교육비용이 더 심화된 반면 돈 없는 서민 자녀는 상상도 못할 편법·탈법이 판을 치는 타락한 입시제도로 변모했다.

또 법치주의 실현 현장 일선에 근무하는 판·검사의 선발제도도 ‘계층 사다리(사법고시)’를 없애고 똑똑하지만 돈이 없으면 입학할 수도 없는 ‘로 스쿨’을 만들어 (그것도 서민을 더 생각한다는 진보정권-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도 사법고시 출신이면서-에서 ‘로 스쿨’제도를 도입했으니, 얼마나 모순이고 表裏不同(표리부동)인가)대다수 국민은 최근 판·검사가 어떻게 임용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국민에게서 완전히 괴리된 사법 임용제도로 원초적 불공정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 한 술 더해서 (똑똑하지만 돈 없는 서민 자녀는 입학할 수도 없는 계층 사다리를 완전히 차단하듯)약학 전문대학원과 의학 전문대학원도 만들었다. 서민들 자녀는 출세하지 말고 그냥 죽으라는 소리다.

최근 조국사건이 우리에게 던져준 역사적 소명은 매우 분명하다.

국가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국가제도(입시제도와 모든 인력 선발제도)에 객관적 측정을 정확히 할 수 있는 제도를 혁신·재구축하라는 것이며, 서민의 자녀도 똑똑하여 능력만 있으면 출세할 수 있는 계층 사다리를 모든 국가제도에 확실히 다시 구축하라는 것이다.

최순실사건 이후 각종 촛불시위는 모든 국가적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번 조국사건도 진보와 보수가 극한적 대립 분열로 해결책 없이 세 대결에만 목숨을 걸었을 뿐이다. 국가지도자급 지식층과 여야 정치권 모두 국가발전에 필요한 냉철한 대안 제시는 전혀 못했다.

특히 정치권은 존재의 이유를 상실했다. 야당은 정책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체 삭발이나 하며 종교단체 집회에 의존 하는듯한 어설픈 모습을 보였고, 집권 여당도 조국사건의 핵심을 호도하듯 사법개혁을 외쳤으니 여야가 똑 같이 국민을 호도하고 완전히 기대를 저버렸다.

고대 중국 병법에 이르기를 군주(지도자)는 으뜸 덕목으로 인재를 잘 고르는 眼目(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참모의 으뜸 덕목으로는 원만하고 훌륭한 인품을 가져 군주 주변에 세상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보면 조국은 최악의 참모다. 조국 때문에 국민은 진보와 보수가 극렬히 분열되어 나라가 반 동강이 났으니 참모로서 문 대통령에게 극심한 불충(인품이 좋아 모든 국민을 많이 모여들게 했어야 하는데 분열을 초래했으니)을 했고, 문 대통령 역시 (조국을 기용했으니 좋은 인재를 구별 못한)안목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게 나라인가? 이게 공정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과거처럼 입학시험 입시제도와 사법고시를 다시 부활하자. 개천에서도 용이 나와야 한다. 최근 십 수 년 간 편법과 탈법에 의해 좋은 대학을 입학한 기득권층과 부유층 자녀가 2, 30년 후 한국의 기성세대 주류가 되면 제대로 대한민국을 공정하게 이끌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 원천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제도와 삐뚤어진 가치관에 의해 삐뚤어지게 성장 발전한 ‘삐뚤어진 세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더 삐뚤어질까 매우 걱정이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와이로 시대’다. ‘와이로 시대’ 종식을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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